의장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을때
왜 그렇게 가슴이 먹먹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집 근처였던 서울대 병원 장례식장에 도착해서 문을 들어가기가 어려워 한참 서성거렸습니다.
들어가서 수많은 동지들과 의장님을 마주하자 왈칵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수많은 감정들이 뒤섞여 동지들의 품에서 눈물흘렸던 기억이 남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 감정은 아마 미안함과 부끄러움이었던 것 같습니다.
여러 이유들을 핑계로 운동을 그만두었던 그 때
이 말도안되는 분단된 이남사회를 바꿔보자고
의장님 앞에서 맹세했던 수많은 순간들이,
동지들과 함께 결심했던 수많은 약속들이,
한 순간 미안함과 부끄러움으로 물밀듯 달려오는 듯했습니다.
솔직히 의장님을 엄청난 존재라고 생각했었지만 항상 멀리 떨어져계셨기에 마음 속 깊이 다가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의장님의 건강이 악화되었을때, 걱정은 했었지만 항상 우리 곁에 있을 것이기에 변함없이 서울에서는 조금 멀리 그 자리에 계실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의장님이 떠나신 순간 저에게 의장님이란 어떤 존재였는가를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살아계셨을 때 처럼 나를 다시 한 번 결심하게 하시는 구나 했습니다.
아직도 저는 다른 동지들 처럼 굳은 의지와 신념으로 살고있지는 않습니다.
의장님 앞에서 다짐하고 결심했던 수많은 약속들을 지키고 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 명의 예비교사로, 한 명의 성소수자로 저를 받아주셨던 의장님과 수많은 동지들에 대한 감사함을 잊지않고 살아야겠다고
의장님을 떠올리며 다시 한 번 다짐합니다.
그 길이 과연 어떤 길일지 저는 어디까지 다시 결심할 수 있을지 솔직히 아직은 겁나고 두렵지만
그냥 뒤에 숨어 살아가지만은 않겠다는 다짐을 1년이 지나 하게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