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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게시판

주영 2021.12.04 00:00:00 10

의장님, 벌써 의장님이 가신지 2주기가 되었습니다.

그 곳에서 강병기 대표님은 만나셨는지, 여러 선배들의 말처럼 너무 일찍 왔다고 대표님도 혼났는지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의장님, 제가 6월에 의장님을 뵈러 갔던 날이 떠오릅니다.

기존에 몸을 담고 있던 동아리를 후배에게 물려주고, 새로운 동아리 사업을 시작해보겠다고 다짐하고 저는 저의 부족함을 끊임없이 확인하는 시간의 연속이었습니다.

끊임없이 민중들을 믿고, 두발딛고 선 현장을 사랑하고, 반드시 목표한 것을 이루겠단 결의를 다져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저 제 동아리가 회원이 잘 안잡힌다고, 동아리가 무너진다고, 익숙치 않다며 일꾼 동지에게 새로운 동아리를 시작하면 안되겠냐고 투정이나 부렸습니다.

저의 일꾼 동지는 동아리는 잘되면 하고, 안되면 버리는 것이 아니라며 끝까지 쥐고 앞서 달려 나가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올해 여름, 동아리 내에서 분열이 일어나고 회원들이 끊임없이 속을 썩일 때에도. 잘 챙겨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괴로워하고, 민중을 미워하는 저에게 일꾼 동지는 좋아도 내 후배고, 아무리 미워도 내 후배란 사실을 잊으면 안된다며 저를 채찍질 해주었습니다.

불과 의장님께 당당히 이렇게 많은 후배들을 잘 챙겨내고 있다며 뿌듯한 마음으로 인사드린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일어났던 일들이었습니다.

다시금 의장님을 뵈러가기 전, 올해를 돌아보며 정말 부끄러운 한 해를 보냈구나, 자만하는 한 해를 보냈구나 란 생각이 차올라 부끄러움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의장님은 대중을 사랑하라 하셨고,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이들도 절대 내쳐서는 안된다고 가르쳐주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저를 힘들게한다는 이유로, 동아리에 분열을 일으켰고, 나를 배신했단 이유로 전 날까지 사랑하던 후배를, 민중을 미워했고, 내가 상처받았단 이유로 그들에게 상처를 돌려주고, 쉽게 내치려고 했습니다.

과연 의장님이었다면, 어떻게 하셨을까, 대중들을 어떻게 설득하고 또 나 자신을 어떻게 다독였을까 하고 넓게, 그리고 크게 바라봐야한다는 걸 새카맣게 잊고 말았습니다.

의장님, 제가 의장님의 단단한 손을 잡았던 것도 어연 2년이 지났습니다.

아직 강산도 바뀌지 못한 시간 속에서, 저는 아직도 무르익지 못했습니다.

의장님의 자리를 채워주는 동지들이 건네주는 쓴 비판과, 의장님이라면, 대표님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란 마음을 가지고 다시금 찾아오는 한 해를 열심히, 치열하게,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도록 하겠습니다.

늘 의장님을 뵐 때마다, 다음 번에는 꼭 부끄럽지 않은 모습으로 찾아뵙겠다고 약속을 했었지만 아직까지도 저는 지키지 못했습니다.

내년에는 꼭, 부끄러운 한 해을 보냈다고, 아직 덜 자랐다고, 민중을 사랑하지 못했다고 부끄러운 이야기들을 하지 않도록.

더 단단해지고 성숙해져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늘 보고싶습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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