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의장님. 오늘은 역대급 따듯한 추모제였습니다. 날이 추우면 아무래도 움츠러들기 마련인데 의장님께서 뒤에서 힘을 좀 써주셨나요? 덕분에 떨지 않고 추모제를 보낼 수 있었어요.
의장님을 뵙지 못한 1년간 극복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중독에서 벗어났고, 수술을 하고, 교생도 다녀오고. 돌아보니 나름대로 많은 일을 하였네요. 그래서인지 이번 한 해는 정말 빠르게 지나갔어요.
의장님. 작년까지 저는 열사가 되는 게 꿈이었어요. 정말 황당한 말이죠? 저도 지금에서는 그렇다고 생각하지만 저때는 절실했어요. 살아서는 ‘평생’, ‘영원히’ 같은 것을 지킬 수 없을 거 같다 생각했고, 또 어설프게 살기도 싫었어요. 하지만 죽어서라면 영원이라는 게 가능하지 않을까? 내 뜻을 품고 삶을 끝낸다면 어설펐던 내 인생이 나름대로 뜻깊게 마무리 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선배 열사분들께 정말 실례되고 죄송한 생각이지만 그런 생각들을 하곤 했습니다.
지금껏 줄곧 제 자리를 찾아 헤맸어요. 세상 사람들에게 각자의 역할이 있고 그래야 사회가 굴러간다고 하는데 과연 내 자리는 어디일까? 어디에 들어가나 내 자리 같지 않았어요. 너무너무 애써야만 그 자리에 맞는 척이라도 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그럴 힘도 지혜도 돈도(?) 없었던 제가 어찌어찌 지금까지 할 수 있었던 건 아무래도 동지들 덕분이겠죠.
의장님 앞으론 제가 잘 할 수 있는 제 자리를 찾아낼 수 있을까요? 다른 동지들은 민중속으로 들어가겠다 굳은 결의와 다짐을 했는데 저는 그 곁에서 어쩐지 너무나도 부끄러웠고 입을 뗄 수가 없었어요. 의장님 앞에 결의 대신 투정이나 부리는 제가 저도 한심할따름이랍니다.
포기하지 않고 가다보면 반짝하고 뭔가 발견하게 될까요? 반짝하고 발견한 것이 정답이 될까요?
포기하고 싶다가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름들을 떠올리며 글이나 끼적끼적 적어봅니다. 내년의 저는 의장님께 무슨 말씀을 드릴 수 있을까요?